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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의 하루

에구에구 2012. 3. 28. 14:53

 



오늘도 난 컴퓨터 앞에 앉아 낄낄거리며 도처에 굴러다니는 머니를

수확 하는데 여념이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

책상 위에는 먹음직스런 복숭아 두 개 그리고 마눌이 정성스레 타다 준

커피가 내 마음을 한결 풍요롭게 하는 하루였지

그런데 난데없이 내 켄디폰이 비명을 질러대는 거야

어쩐 일일까 음~또 부동산 정보 어쩌고 하는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나긋나긋한 처녀의 목소리가 들려 오더라

@@ 아저씨죠 /그런데요 누구시죠? / 저 아름(가명)이에요

응 아름이구나 오랜만이다 웬일이야 어머닌 잘 계시고예 그래서 말씀 인데요

저 우리엄마가 한번 오시라고 하셔서 / 응 그래 무슨 일인데

엄마가 아저씨 한태 전화해서 컴퓨터 좀 고쳐 달라고….~

 

때는 바야흐로 서기2005년 이몸이 불법 노점상으로 경찰백차 그리고 구청 단속 차와

사투를 벌이고 있던 바로 그 시절이었어

 노점상을 하면서 사귀게 된 친구 하나가 그만 쪼들리는 빛 독촉에 시달려

집사람과 두 자녀를 남겨두고 야반도주를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야

@@아 나 토깐다 어쩌겠냐 어렵더라도 가끔 우리 애들 좀 들러봐 줘라

미친넘 얌마 내 코가 석잔데 시꺄 내 인생도 오늘 내일 하거든 몰라 시꺄

말은 그리하고 해어졌지만 마음은 내내 무겁더라고

그리고 잊고 지냈는데 한 보름쯤 지나 그 친구의 딸에게 전화가 왔어

저 아저씨 저 누구누구 딸인데요 울 아빠가 어려운 일 있으면 아저씨한테

연락하라고 해서요

난 속으로 사실 어의가 없었어 진짜 사는 게 팍팍 했거든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순간 야멸차게 할 수가 없더라

응 그래 미안하다 한번 찾아간다고 하구 있던 참인데 무슨 어려운 일 이라도

있는 거니

그것이 그들과의 첫 만남이었지

만나보니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더라고

부실한 아빠는 없는 편이 낫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지

모자 가정인가 몬가로 구청에 등록되어 기본적인 생활은 그럭저럭 하겠더라고

거기다 애들 엄마가 틈틈이 알바도 하면서 넉넉하진 않지만 머 어쩌겠어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식당에 세 식구를 데려가서 저녁을 먹인 뒤 내가 물었지

 

그래 아저씨가 무얼 도와주면 좋겠니

네 아저씨 우리 동생이 6학년인데요 컴퓨터가 꼭 필요하데요

저도 필요하고요

그렇겠구나 요즘엔 숙재할래도 컴퓨터가 필요하다면서 그래 아저씨가 한번

구해보도록 하께 

대답은 그리 했지만 헤어지고 생각하니 막막 한거야

홈쇼핑에서 활부를 하자니 그 무렵부터 시작된 신용불량 상태가 걸렸고

현금을 주고 사자니 장사밑천이 딸랑딸랑 했어

밤새 고민하다가 아이 엄마한테 전화를 했지

저 이만저만 해서 제가 꼭 해드리고 싶은데 형편이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TV 시청할 수 있는(당시최신형이야)모니터에 아드님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마련하기엔 제가 가진 돈이 너무 부족하네요

50만원 정도 보태주시면 제가 어지 해보겠는데

이런 사연을 거처 난 그 아이들에게 당시로선 최신형이자 준 고급형의 컴퓨터를

조립해주게 되었던 거야 물론 당시 홈쇼핑 에서 팔던 허접한 컴은 절대 아니었지

아들놈을 배려해서 최신형 그래픽카드도 꼽아주고 물론 TV이를 시청할 수 있는

LCD 모니터도 포함되었지

돈도 돈이지만 시간과 정성 또한 아끼지 않았어

내 돈으로 다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정성으로 마련했었지

그 후 아이아빠 와 연락이 다시 될 때까지 그렇게 가끔 컴퓨터가 고장 나면

(애들이 험하게쓰긴하더라고처주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밥도 한번씩 사주면서

세월이 흘럿던거야 그 후 중국에 도피해 있던 친구넘이 아쉬운 대로

작은성공을 안고 귀국 했을 때 난 그들과 나도 모르게 멀어지게 되었어

진짜 나도 먹고 살기 힘들었거든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서 들어가서 조서 꾸미고 벌금 맞고 또 나와서 하염없이

고민하다가 다시 또 하고 또 조서 꾸미고 뭐 그런 세월이었지

 

아름아 오랜만이다 다 컸네 그새 초등학생이던 아들 넘은 체대에 갔다는데

키가190이 넘고 몸무게가 100키로 가 넘는다나 딸 내민 올해 대학 졸업반이고

친구 넘은 지방에서 직장생활 하는데 그럭저럭 중산층 소득은 된다 하더군

나보다는 한 세배 정도 더 벌고 있었으니까

고쳐 달라는 컴퓨터를 쳐다보니 감개가 무량 하더라

아름엄마 제가 마지막으로 손봐주고 간지가 얼마나 됐어요?

 5년도 안됐는데요 /헉 그 동안 한번도 고장이 안 났었나요

에 저도 바쁘고 애들도 다 바빠서 컴퓨터 할 틈이 별로 없었어요

작년부터인가 속을 썩이더니 요즘 들어 저렇게 되었네요

컴퓨터 상태를 보니 부팅불가에 뜯어보니 발로 걷어찬 듯 CPU핀이

부러져 있었지

난 머뭇 거리며 조심히 말을 건넸어

저 이거 수명이 다한 것 같네요 새로 하나 장만하시죠

난 순간 싸늘해지는 아름엄마의 눈초리를 느낄 수 있었어

그때 분명 10년은 끄떡없다고 하셨자나요

아직7년뿐이 안됐는데 애들 학비가 어쩌고 물가가 어쩌고 등록금이

어쩌고 아들 일본 원정경기가 어쩌고..다 다 다 다 다

난 할 수 없이 컴퓨터를 끌고 나올 수 밖에 없었지 바로 오늘 일이야

아 어디서 이 철 지난 구형 컴퓨터의 부품을 구한단 말인가

차를 끌고 (허리도아팠어용산까지 나가면서 착잡하더군

천신만고 끝에 부품을 구하고 이왕이면 깨끗하게 윈도우도 새로 설치해주고

먼지도 좀 털어주고..

다시 책상 위에 쌧팅까지 마치고 난 시간이 조금 전이야

사실 기분은 쫌 그래 썩 유쾌하지 만은 않은 하루였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