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에구 2012. 3. 28. 14:43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치과 간호사가 선보러 가서 무의식 중에 상대의 이빨 견적을 내구 있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반복된 생활 패턴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 적용되는 현실은 이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럼 일생을 변변한 직업 없이 도시의 노마드로 살아온 나의 경우엔 직업병이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몸은 한때 반경1키로 이내의 경찰백차를 무의식 적으로 감지하는 초 능력을

가졌었는데 그건 불법 노점상을 할 때였다

본인은 또 장하준교수의 신 자유주의 이론을 어릴 때부터 몸으로 부딪치며 익혀

왔는데 바로 때이른 사회생활 바로 그 것이다

어릴 때 직업 중에 국가재건대 에서 근무 한적이 있는데 표준말로 하면 사람들이

흔히 써먹는 양아치 다

요즘 젊은 처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리 밑에 근거를 두고 파지나 고철

기타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물품을 등에 진 커다란 망태기에 수거하는 직업이다

이 다리밑 양아치들도 서열이 있는데 군대로 치면 훈련병부터 참모총장까지

다양한 서열에 의해 움직인다

처음 다리밑에 입문하면 일주일간의 훈련(간단하다처맞기만하면된다)을 거쳐 깡통조

에 편입되는데 깡통하나 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밥을 얻으러 다니는 보직이다

실적이 시원치 않으면 추가 훈련을 받아야 함으로 필사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게

되는데 나중엔 걸어 나오는 식모의 발자국 소리로 들고 나오는 밥알의 숫자를

헤아릴 경지가 된다 이 깨달음이 뭐냐 그렇다 바로 촉 이라는 거다

여기 저기서 다들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고 뻐기고 있는 그 관심법 비수무리한 거다

 

밥좀줘요외쳤을 때 돌아오는 목소리 톤과 걸어 나오는 발자국의 무게로 결과를

가늠하는 초 능력은 이후 구두닦이 살롱웨이터를 거치면서 내 삶에 엄청난 혜택을

주게 된다 손님이 들어올 때 클로즈업 되는 몽타주 만으로 호구를 선별하고

지갑 속에 들어있는 화폐의 단위를 측량해낸다

 

외형으로 보이는 부티와 행색의 꾀죄죄함은 촉에 방해물일 뿐이다

 

살기 위해선 그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 의사 판사 사장 고위공무원 임원

명함에 찍힌 활자도 필요 없다….

그 후 그 촉 하나로 강남과 여의도를 나름 휘젓고 다니던 시절까지 내 촉에 대한

자신감 은 변함이 없었다

 

세월이 흘렀고 수많은 사연들이 내 곁을 주마등처럼 스치는 사이 그 촉이 나를

버렸고 나또한 촉을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그때의 잔재들은 내면 깊은 곳에 남아 나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