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내가 단 둘이 차린 제사상이 나름 풍성하다
노친네 섭섭하지
아니다 섭섭한거 없다 돌아가신 네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
당신의 제사를 모실 사람으로 나를 꼽으셨고
그 딸인 나를 기억해줄 손주로 너를 꼽으셨지
그렇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열평의 임대 아파트 에서
두 모자는 술잔을 나누고 추억을 나눈다
노친네 나는 이 아파트를 물려받지 않을 거야 대신 보증금 삼백으로
예쁜 장례식을 치러줄께
그 담부턴 할머니 엄마 나 우린 바람으로 만나는 거야
문밖을 나섰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