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팔순의 노모와 술잔을 나눴다 

노모와 내가 둘이 차린 제사상이 나름 풍성하다 
노친네 섭섭하지 
아니다 섭섭한거 없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당신의 제사를 모실 사람으로 나를 꼽으셨고 
딸인 나를 기억해줄 손주로 너를 꼽으셨지 

그렇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열평의 임대 아파트 에서 
모자는 술잔을 나누고 추억을 나눈다 

노친네 나는 아파트를 물려받지 않을 거야 대신 보증금 삼백으로 
예쁜 장례식을 치러줄께 
담부턴 할머니 엄마 우린 바람으로 만나는 거야 

문밖을 나섰다 

바람이 분다

Posted by 에구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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