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일당 61000원의 공사현장 일용직 노동자 이지요

오늘은 일요일 이지요 하지만 거금 육마넌 의 유혹은 오늘도 저의 새벽잠을

깨우고야 말았습니다


왜냐 일요일 일은 생각보다 수월하거든요 높은 분들이 안보이니 눈치볼일 없고

평시의 12시간 근무를 1시간 정도 일찍 마무리 할 수 있는 여유도 있으니까요

오늘의 일과는 현장 출입구 꽃 길 에 잡초 제거로 시작되었습니다


심을 때도 그랬지만 없는 솜씨에 어설프게 심은 꽃들 사이로 전후 좌우로 쭈빗 쭈빗

솟아오른 잡초 틈바구니 의 꽃들이 볼품 없이 느껴집니다


과감히 살 생부를 빼어 들고 잡초들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만행으로 오늘의 일과를

시작하였던 것이지요

한참을 일에 몰두하던 저는 으레 그러했듯 엉뚱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이거 잡초가 잡초를 뽑고 있잔아

꽃이 예쁘다는 것은 누구의 정의인데잡초들이 볼품없다는 것은 누구의 관념인데?

내가 왜 내가 뭔데 풀들을 정의하고 심판하는데무슨권리로


하지만 다시 보아도 꽃은 꽃이요 잡초는 잡초다

내가 성철스님은 아니지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 화사한 것은 꽃이요 푸릇

푸릇 한 것은 잡초들이다


다시 풀을 뽑는다 세상이 나를 솎아 내듯이 나 또한 어울리지 않는 무리들을 구별하고

솎아낸다

뒤돌아 산등성이의 너른 풀밭을 바라본다


그래 너희 들이 주인공 이야 너희 들이 지탱해주지 않으면 산은 토사에 씻기어

빗물에 흘러내리지 볼품없다 괄시 받는 너희들이 척박한 대지를 부여잡고 용을 쓰며

지탱하는 동안 꽃들은 자신의 모습들을 한껏 뽐내고 있지……


2010 725일 어느 술 취한 저녁 

Posted by 에구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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